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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Reading/인문학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by 잉마스 202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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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지난 2007년 겨울, 차가운 날씨와 같은 냉혹한 회사생활을 시작하여 내 나이 마흔살에 15년째 회사를 다니고 나는 회사원이다. 
 
보통의 회사원들은 스스로에게 본인의 업무능력이나 물어본다면 하나같이 모두 다 "성실"하고 "매우 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난 이제 까지 본인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회사원을 본적이 없다. 특히 현재 조직 및 정원 관리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직원들은 항상 죽을거 같이 일하고 본인의 업무 능력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한번쯤 의심해봐도 되지 않을까, 매우 열심히 하고 매우 잘하는 거와는 별개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효과가 있는 노동인지 내가 업무에 투자한 시간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이라는 보기에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두 저자와 함께 현대의 「가짜노동」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가짜 노동의 정의
- 결과가 도출되 않는 투입된 노동시간들의  집합 - 

가짜 노동은 의미가 없고, 가치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하며, 실제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텅 빈 노동'은 가짜노동이고 '빈둥거리기'는 의도적인 가짜노동이다.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하는 작업, 거의 결실을 보지 못하는 뭔가 다른 것이 계획·제기·착수·실행되기 위해 사전에 이뤄져야 하는 노동을 지칭하기도 하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도 지칭한다.
 

관리를 위한 관리
- 노동의 본질을 잊은 관리 -

내가 속한 기관은 행정기관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업무들이 '관리'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담당자인 나의 본연의 업무도 무엇인가를 관리하는 업무이지만 그 담당자를 관리하는 팀장, 그 위에 과장, 국장 등 여러 계층의 관리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건 기본적으로 '제도'다. 제도는 업무의 기준으로 여겨지며 그 기준에 따라 관리를 하고 만약에 그 제도에 헛점이 있다면 그 헛점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제도'가 생겨난다. 그러면서 그 제도를 운영할 관리자는 점점 늘어나게 되고 시간이 갈 수록 이 과정은 반복되어 점점 더 큰 관료조직이 되어간다. 그 조직에 속한 관료들은 관료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겨난 관료조직은 효율적인 결과물 생산이 아닌 아닌 관리가 제도에 맞게 이루어졌는지, 합법적인지 간과한 허점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노동시간의 상당량을 바친다.
 
현장업무와 달리 사무직의 사무는 상당 부분이 가짜 노동이라고 주장된다. 많은 사람들은 가짜노동인 걸 알지만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길 두려워한다. 본인이 '필요없는 사람'이라고 인식되기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개선'이라는 것에 대해 언급이 많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들어 개선보다는 '혁신'을 해야한다는 말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기는 하다. 개선이든 혁신이든 기존의 틀에서 탈피하여 뭔가 더 나은 상태로 한 보 더 나아가자는 이야기이다.
 
내가 지난 6년 전 인사부서에 처음 발령을 받아 직원들 인사자료를 관리하는 직무를 맡았는데 인사기록관리에 대한 부분은 전산화가 되어 있었지만 엑셀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 자료를 일일이 수정하며 관리해야 하는 자료도 있었다.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후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선'하기 위해 변형이 이루어져야 하는 테이블과 시스템에서 추출한 원시데이터의 틀을 고정시켜둔 후 새로운 데이터만 덮어씌우면 변경된 원시데이터로 원하는 통계자료가 자동으로 나오게끔 프로그램을 살짝(?) 개발했다. 
 
여기까지 보면 기존의 수기로 이루어지던 작업을 반자동 정도로 개선을 했으니 투입되는 노동시간이 줄었을거라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데이터들이 자동으로 들어가니 그 데이터가 오류 없이 잘 들어갔는지 전체를 다 확인하지 않지만 자료를 샘플링하여 검증해야 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함 정확성을 믿고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검수하는 과정을 다시 '개선'이 오래걸린다면 다시 그 부분도 자동화가 필요하고 또 검수하는 것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시스템화를 통해 요즘은 무엇이든 자동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을 정도지만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인하는 절차는 빼놓고 갈수는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보자면 관료제와 마찬가지로 그 영원한 굴레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업무자동화는 시간과 인력 투입량을  줄일 수 있어 공산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라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잉여자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사업규모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나와 같은 관리업무라면 일정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잉여시간에 새로운 업무를 추진한다던지 기본의 업무를 세밀하게 볼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관리업무 실무에서는 업무자동화가 우리가 생각하는데로 이루어지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가짜노동」은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우리의 과잉 노동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깊숙이 탐구한다. 실질적인 통계 자료 외에도 노동 문제 전문가와의 대화, 다양한 조직에서 자신의 가짜 노동을 깨달은 사람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왜곡돼 있던 노동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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